여백을 그리는 목자(김성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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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오늘 풍경

고물의 은혜

김성수목사 2024. 9. 19. 12:08

추석 명절이라

주일 오후 늦게 고향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6시간을 달려 고향집에 도착했고 늦은 시간이라 잠을 청했습니다.

 

화요일이면 아버지께서 투석을 받으시기에,

부모님과 나들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월요일 하루 밖에 없기에, 

월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거가대교를 건너, 송도 케이블카를 타고, 영도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거제도를 거의 벗어날 쯤,

13년된 카니발 계기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베터리 등과 브레이크 등이 동시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급히 택시를 하시는 집사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증상을 설명드렸더니,

빨리 정비소를 찾으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차를 돌렸습니다. 

시동을 끄면 다시 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고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근처 카센터를 찾았습니다.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3,4분 거리에 문을 연 곳이 있었습니다. 

 

크랭크 풀리라는 곳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연휴라 부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고칠 수는 있지만, 부품이 없어 고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자동차 회사 긴급 출동에도 전화를 했습니다.

다들 답이 없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연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비소를 찾아 전화를 돌렸습니다.

맵에 나오는 정비소를 찾아 20군데 이상을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다행히 전화를 받는 곳도, 즉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증상을 이야기하자 부품이 없어 못 고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전화를 돌리다,

한 정비소와 통화가 되었습니다. 

상황을 설명드리자, 새 부품은 자신도 구할 수 없지만, 

고물상에 넘길려고 따로 빼논 중고부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걸로 교체하면 서울까지는 갈 수 있나는 말에 

단숨에 달려가 수리를 맡겼습니다.

 

고물입니다.

고물상에 넘기면 고철값 밖에 받지 못하는 것인데,

제게는 그 어떤 부품보다 귀한 부품이었습니다.

 

물론 수리하는 과정에 상식 선을 뛰어넘는 요구도 있었지만,

추석 명절에 꼼짝없이 붙잡혀 있을 뻔 했는데,

다행히 수리를 마치고 이렇게 서울에 올라 와 있으니, 

그 정도 무례함이야 참아 넘길 수 있었습니다.

 

고물의 은혜,

건축자의 버린 돌처럼 버렸지만, 

모퉁이의 머리돌이 되신 예수님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고물같은 존재일지라도,

한 사람에게는, 간절히 은혜를 구하는 이에게는 

정말 소중한 은혜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게 부르심이고 사명이 아닐까를 생각해봅니다.

 

주님, 오늘도 고물의 은혜를 배우며 살아갑니다.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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