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주보 칼럼

[교회칼럼] 재해인가? 인재인가?

김성수목사 2022. 8. 13. 11:52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있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월)에 내린 강수량이 381.5mm라고 합니다. 공식기록상 서울 일일강수량의 최고치를 뛰어넘는 수치라고 합니다. 뉴스에도 보도되었듯이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서울과 수도권에 쏟아졌다습니다.

뉴스는 이같은 물 폭탄이 쏟아진 이유와 또한 참담한 사고가 발생한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가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유는 기후의 변화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야간에 물 폭탄이 터진 것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강남의 지역적 특징도 피해를 키운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항아리 형태라, 주변 지역보다 10m 이상 낮다 보니 폭우와 함께 주변지역에서 유입된 물까지 쏟아지면서 물에 잠기게 된 것입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기록적인 폭우 앞에, 엄청난 자연의 힘 앞에 사람의 연약함을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마음 한 편에는 인재(人災)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먼저 기록적인 폭우라고 하지만, 충분히 예상되던 강수량이었습니다. 이번 만 이렇게 폭우가 내린 것이 아닙니다. 갈수록 기상 상태가 이변을 낳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이 충분히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침수 피해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강남역은 2010년에도, 2011년에도 침수와 산사태를 겪었던 곳입니다. 그때에 이미 이런 폭우에 대비해 여러 가지 대안들을 세웠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예산의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가 없는데 외양간을 고쳐서 무엇하겠습니까? 물론 소를 잃기 전에 고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를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엔 똑같은 일로 소를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교회를 돌아보며 동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아니 이미 일어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임시로 땜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건물이나 환경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날마다 살피고 점검하면서 고칠 수 있음에도 무너지도록 방치하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22.08.14.